선 넘지 말자. 죄짓지 말자. 겸손하자.

유명 정치인 도도야스유키와 에리코 부부가 불에 탄 저택에서 시신으로 발견됩니다. 아내는 욕실에서 목을 매고 남편은 거실에서 목이 졸린 채 발견되었죠. 현장을 조사한 경찰은 아내가 남편을 살해하고 자살한 것으로 추정했으나 검시관이 확인한 결과 아내는 누군가에 의해 교살당한 것으로 밝혀집니다. 도대체 누가 이들 부부를 살해하고 자살한 것처럼 꾸민 걸까요? 히가시노 게이고의 신작 미스터리 스릴러 가공범의 세 개로 함께 들어가 보시죠. 본문을 읽기 전에 먼저 가공범이라는 제목을 집중할 필요가 있습니다. 가공은 거짓이나 상상으로 허구를 꾸며낸다는 뜻입니다.이 소설에서 가공의 대상은 사건이며 가공범은 두 남자입니다. 두 남자가 기꺼이 자신의 모든 것을 걸고 사건의 세부 사항을 가공해서 진실과는 거리가 멀게 가공한 이유는 놀랍게도 동일한 이유 때문이었습니다. 두 사람은 자신의 딸이라고 생각하는 동일인을 위해 진실을 음폐하고 있었지만 한 사람이 아버지 두 명을 둘 수는 없는 셈이니 실제로는 누군가 착각을 하고 있었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가공범 한 명의 트릭은 금방 밝혀지지만 다른 가공범이 공을 들여낸 트릭은 고다이 형사가 시간과 발품을 판 끝에 서서히 진상을 드러냅니다. 고다이 스토무는 참고인 조사반에 포함되어 야마우 생활안전과 경부보와 2인 1조가 되어 수사를 시작합니다. 고다이는 순사부장 야마오는 경부보로 야마오가 계급이 더 높지만 고다이는 수사본부에 소속되어 있고 야마오는 지역 경찰이기에 수사의 주도권은 고다이가 갖고 있습니다. 고다이 츠토무는 히가시노 게이고가 창조한 대표적인 캐릭터들인 유가와 만나부 교수나 가가치로 형사와 많이 다릅니다. 유가와 만화부 교수는 천재적인 두뇌로 사건의 트릭을 해결하는데 관심을 갖고 가가 교의치료 형사는 사건 발생 이후에 주목하여 인간 심리와 동기를 파헤치지만 너무나 탁월한 능력치를 발휘하기에 리얼리티가 좀 떨어지는게 사실입니다. 고다이 스토무는 우리가 흔히 보는 경찰들과 흡살 정도로 현실적으로 그려집니다. 셜록 홈즈의 탁월한 추리력도 없고 육가와 교수처럼 천재적인 사고력도 없습니다. 끈질기게 의문의 답을 찾을 때까지 포기하지 않는 집요함으로 진실을 파헤치는 전형적인 형사상입니다.이 작품은 최근 미스터리 스릴러와는 전개 방식에서 많이 다릅니다. 히가시노 게이고의 다른 작품처럼 탁월한 추리력으로 문제를 해결하거나 결말에 놀라운 반전이 등장하지도 않습니다. 처음부터 가공범의 정체를 작정하고 드러낸다는 점에서 맥이 빠질 수도 있습니다. 범인의 정체를 짐작할 수 있으니 독자 입장에서는 책 읽는 재미가 반감하니까요. 작가 또한 이러한 전개 방식이 트렌드와 맞지 않다는 점 때문에 작품화를 내키지 않았다고 합니다.이 작품의 진짜 핵심은 범죄의 트릭을 푸는 것이 아니라 범죄의 계기가 무엇이었는지를 밝히는 과정입니다. 그 계기는 가공범과 죽은 부부의 학창 시절까지 올라갑니다. 남자 동기들에게 제법 인기가 높았던 여자가 정작 사랑하는 사람이 있었음에도 마구잡이로 남자 친구를 사귀고 자신과 사귀던 한 남자의 순정을 아무렇지도 않게 짓밟았으며 무마 과정에서 다시 다른 남자를 이용한 겁니다. 정작 이들의 관계에 전혀 상관이 없었던 가공범은 그녀의 유혹에 넘어간 끝에 수십년의 세월이 지난 후 생각지도 못한 자식을 갖게 되었던 겁니다. 자신이 뿌린 죄의 씨앗을 거두고자 그는 모든 것을 내려놓고 기꺼이 범죄자가 되는 길을 선택합니다. 사건에 연루된 모든 죽음의 원인을 만든 여자 또한 결국 응분의 대가를 받아죽고 말았습니다. 자신이 저승으로 끌고 가는 그 순간까지도 그녀는 자신의 죽음을 전혀 예상하지 못했습니다. 어릴 때부터 매력적인 용모로 높은 인기를 얻고 연예인으로 데뷔까지 하지만 인간 관계에서 가장 중요한 규칙과 규범을 몰랐기에 스스로 죽음을 불러들이고 맙니다. 자신이 버린 딸이 살아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 후에도 이런 습관은 개선되지 않습니다. 뒤늦게 남아 딸의 경제 상황을 개선하기 위해 이모저모 신경을 써 주지만 딸이 엄마에게 기대하는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하지 못합니다. 오히려 배다른 자매와 비교하며 망신을 주는 바람에 분노를 유발하게 되죠. 딸에게 자신의 철없는 과거를 반성하고 용서를 구했다면 결과는 많이 달라졌을 겁니다. 그녀의 철선이 없는 말 때문에 남자 두 명이 목숨을 끊었고 한 명이 범죄자가 되었으며 한 명의 여자가 살인범이 되었으니 그녀조차도 자신의 말과 행동의 결과가 이처럼 커다란 스노우볼이 될 줄은 몰랐을 겁니다. 고다이 형사는 끈질긴 수사 끝에 가공범을 체포하고 도도 부부의 살인 사건에 얽힌 미스터리를 완벽하게 풀어 버립니다. 진범은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엉뚱한 사람이었습니다. 범행 동기는 무척 사소한 것이었지만 적어도 범인에겐 살인 충동을 유발할 정도로 큰 충격이었습니다. 범인의 살인은 갑작스럽고도 충동적이었습니다. 피해자가 아무렇지도 않게 내뱉은 한마디가 결정적이었습니다. 수십년간 그녀의 가슴 깊은 곳에 묻혀져 있던 배신감과 원망이 그 한마디로 인해 점화가 되면서 터져 버렸던 거죠. 범인은 살인을 저지르고 난 후에야 당황한 끝에 도망쳐 버립니다. 평상시에 말 한마디 행동 하나도 신중해야 한다는 사실을 되새기게 하는 대목입니다. 가공범이 전하는 메시지는 단순하고 명료합니다. 우리의 선택은 반드시 결과를 낳는다는 거죠. 다른 사람이 모두 부러워할 천부의 미모를 갖고 태어났지만 그 재능을 엉뚱한 곳에 사용한 끝에 자기 자신의 목숨은 물론 자식과 한 때 사랑했던 사람들의 인생마저 모두 망치는 최악의 결말로 끝나고 말았습니다. 선 넘지 말자. 죄짓지 말자. 겸손하자. 히가시노 게이고의 가공범이 우리에게 선사하는이 세 가지 교훈을 잊지 말아야겠습니다.

한 여자의 철없는 방종이 빚어낸 비극적인 죽음들을 통해 히가시노 게이고가 던지는 인생의 교훈

책 제목 : 가공범
저자 : 히가시노 게이고
장르 : 추리, 미스터리
출판사 : 북다
쪽수 : 528쪽
발간일 : 2025.07.21

’00:00-00:31 유명 정치인/여배우 부부의 죽음’
’00:32-01:18 의미심장한 제목, [가공범]’
’01:19-02:22 고다이 쓰토무 형사의 귀환’
’02:23-03:36 가공범이 될 수밖에 없었던 형사’
’03:37-04:42 모든 범죄의 온상이었던 여자’
’04:43-05:28 드러나는 진실과 의외의 범인’
’05:29-06:02 작가가 전하는 메시지’

#가공범 #히가시노게이고 #고다이쓰토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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