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과 후(6) | 히가시노게이고 장편소설 | 데뷔작 | @유난스런윤한의사

방과 후 희가신노 개이고 9월 25일 수요일 아침 7시에 일어났다. 잠을 이루지 못하는 날들이 이어지고 있었다. 더구나 어젯밤에 그런 사건을 겪었기 때문에 도저히 푹 쉴 수 있는 심경이 아니었다. 로코에 오토바이를 타고 자동차의 습격을 받은 자리로 돌아온 나는 그녀를 집에 보내고 즉시 근처 공중전화에서 S 경찰서에 신고했다. 10여분 만에 오탄이 형사 일행이 달려와 현장 검증 및 진술 조사에 나섰다. 나는 요코와의 일은 말하지 않기로 했다. 따라서 추적에 나섰던 것도 밝히지 않았지만 그것 외에는 모두 사실 그대로 얘기했다. 욕코 일을 꺼내면 당연히 왜 갑자기 그 자리에 나타나는지를 물어볼 것이기 때문이다. 그렇게 되면 성추행 조작에 대한 것까지 밝혀야 한다. 게다가 더 이상 욕구를 이번 사건에 휘말리게 하고 싶지 않은 마음도 있었다. 습격을 받고 신고하기까지 40분 넘게 걸린 것은 어째서냐고 오타니는 물었다. 나는 차를 추적하려고 택시를 잡아탔지만 그 시점에 이미 놓쳐버려서 정처없이 여기저기 돌아보는 사이에 시간을 허의하고 말았다고 대답했다. 안 통할까 봐 내심 걱정했지만 오타니는 의심하는 눈치를 보이지는 않았다. 그보다 내게 감시 경관을 붙여 주지 않은 것만 연거후하고 있었다. 현장에서는 딱히 중요한 것은 찾지 못한 모양이었지만 자동차 타이어 자국은 판별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고 오타니는 말했다. 하지만 그것보다 붉은색 계통의 세리카 더블엑스였다는 내 증언이 더 큰 수학이었을 것이다. 오타니는 여유 있는 태도를 보이며 말했다. 범인이 초조한 나머지 섣부르게 꼬리를 드러낸 거예요. 정말로 이번 일을 계기로 진범을 찾아주면 좋을 텐데 실은 내 신경을 다그치는 또 하나의 원인이 있었다. 다카라 요코가 들려준 그 얘기다. 범인은 남성용 타리셀 쪽 문으로 나갔어요. 그건 아주 중요한 의미를 갖고 있는 증언이다. 왜냐하면 지금까지 범위은 타리질 안에 격벽을 타넘고 여성용 타리질 출입구를 통해 탈출한 것으로 생각해 왔기 때문이다. 여벌 열쇠의 가능성도 호조 마사미가 간파에는 밀실 트릭도 모두 그 전제 조건 아래 나온 것이었다. 따라서 그 전제가 무너진 지금 이전에 추리들은 모조이 그 밑바탕부터 뒤집어지게 된다. 그러면 범인은 대체 어떻게 빗장을 걸어 놓을 수 있었는가? 무라 본인이 빗장을 걸어쓰리라고는 생각하기 어렵다. 요코의 말에 따르면 범인이 나간 것은 무라아씨의 신음소리가 멈춘 뒤였기 때문이다. 분명 범인은 무라아 씨가 숨을 거두는 것을 확인한 다음에 떠난 것이다. 그렇다면 문 바깥쪽에서 뭔가 농간을 부렸다고 생각할 수밖에 없는데 오타니 형사가 말했던 것처럼 그 빗장을 바깥쪽에서 거는 것은 도저히 불가능하다. 하지만 범인은 불가능을 가능으로 만들었다. 그건 대체 어떤 방법이었는가? 실은 이것도 아직 오타니에게는 말하지 않았다. 요코에 대한 일은 덮어둔 채 그걸 어떻게든 잘 설명할 수 없을지 고민하고 있는 참인 것이다. 당신 어제부터 뭔가 생각에 빠져서 아무것도 안 보이는 것 같아. 내가 몇 번이나 아침 식사에 젓가락을 멈췄기 때문일 것이다. 유미코가 시들한 기색으로 말했다. 무슨 일 있었던 거 아니야? 어제일은 그녀에게는 일절 말하지 않았다. 공연이 걱정만 끼칠 뿐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내 표정에서 뭔가 눈치를 챘는지 유미콘는 몇 번이나 무슨 일이냐고 물었다. 아니야. 아무 일도 없었어. 오늘 아침에도 나는 그렇게 대충 둘러댄 채 얼른 젓가락을 내려놓고 일어섰다. 평소보다 일찍 학교에 도착하자 나는 곧장 타리실로 갔다. 벌써 2주일 가까이 아무도 들어가지 않은 그곳은 원래의 창구로 되돌아간 것처럼 허름하게 보였다. 나는 신중하게 손을 움직여 남성용 타리실에 문을 열고 천천히 안으로 들어갔다. 곰팡이 냄새를 풍기는 공기가 코를 찔렀다. 내 동작을 따라 주변에 먼지가 들고 일어서는 느낌도 들었다. 타리실 한복판에 서서 세삼 주위를 둘러보았다. 환기구 로커 여성용 타리실 측과의 격벽 그리고 출입구 이런 재료들을 사용해 어떤 속임수 장치를 만들 수 있을까? 그건 지나치게 규모가 큰 것이어서는 안 된다. 짧은 순간에 실행 가능하고 게다가 흔적을 남기지 않을 방법이 분명 있을 터였다. 아니 그런 방법이 있을 리가 없잖아. 나는 혼자 중얼거렸다. 저절로 그런 말이 튀어나올만큼이 수수께끼의 벽은 두껍기만 했다. 1교시는 3학년 씨반. 학생들이 나를 바라보는 시선이 어제 오늘 사이에 크게 달라진 것을 깨닫고 있었다. 어떤 종류의 시선인지 한마디로는 표현할 수 없다. 뭔가 관심을 드러내고 있지만 그건 호기심과는 약간 다르다. 아이들은 범인이 노린 사람이 다케이가 아니라 나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슬쩍 훔쳐보는 그 시선은 범인이 어떤 일로 나를 증오하게 되었는지 이래저래 상상해 보면서 즐기고 있는 눈빛 같았다. 바늘 방석에 앉은듯한 기분을 맛보면서 나는 수업을 진행했다. 서로가 팽팽히 긴장하고 있는 탓인지 이런 날일수록 오히려 수업 분위기가 좋다는게 아이러니하기만 했다. 연습 문제 풀이를 하기로 했다. 출석불을 들여다본 뒤에 나는 얼굴을 들었다. 다카라 요코이 문제 풀어 봐라. 네.라고 라고 약간 허스키한 목소리로 대답하고 요코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노트를 들고 곧장 칠판으로 걸어간다. 내 쪽은 돌아보지도 않는 것이 요코 다웠다. 흰 블라우스의 감색 스커트를 입은 뒷모습만 보면 그저 평범한 여고생일 뿐이다. 라이더 슈트를 입고 한밤에 고속도로를 질주한다는 이야기는 아무도 믿어 주지 않을 것이다. 어제 그 다리 위에서 충격적인 증언을 듣고 나는 가까으로 마음을 가라앉친 뒤에 요코에게 다시 질문을 던졌었다. 그런데 왜 이제야 그런 이야기를 털어 놓기로 했어? 여태까지 나를 피하기만 하더니 요쿠는 그 질문에는 대답하기가 어려운지 얼굴을 쓱 묻어 버렸다. 하지만 이윽고 억양없는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그게 그렇게 중요한 일이라고 생각하지 않았었거든요. 하지만 마사미가 밀실 트릭을 알아냈다고 하고 형사와 선생님이 그 추위에 동의하는 것을 보고는 이대로 감춰둬서는 안 되겠다 싶었을 뿐이에요. 근데요. 마사미의 잘못된 추리로 아무튼 내 알리바이도 성립됐고 무라하아 씨를 죽인 범인따위는 잡지 않아도 된다는 마음도 있었어요. 하지만 일하면서 그녀는 머리를 쓸어올렸다. 아이시마 선생님을 노리는 걸 알고서는 점점 불안해졌어요. 이대로 내가 사실을 밝히지 않으면 범위은 계속 잡히지 않을 거고 언젠가 진짜로 선생님이 살해되는게 아닌가 하고요. 그래도 나는 말을 끝맺지 못했다. 뭐가 그래도인지는 나 자신도 알 수 없었다. 선생님을 피했던 건 사실이에요. 나를 구해 주지 않았잖아요. 그날 나하고 함께 신씨에가 주지 않으셨잖아요. 내가 어떤 심정으로 내내 영 앞에서 기다렸는지 선생님이 아세요? 하긴 알 리가 없죠. 선생님에게 나 같은 건 그냥 꼬맹이일 테니까요. 강물을 향해 외치듯이 요코는 말했다. 그녀의 한마디 한 마디가 바늘처럼 마음속을 찔렀다. 그 아픔을 견딜 수 없어서 나는 미안하다.라고 한심한 신음 소리를 흘렸다. 근데 역시 그건 안 되는 일이겠죠. 요코의 말투가 문득 온화해졌다. 나는 흠짓해서 그 옆 얼굴을 보았다. 아무튼 선생님이 살려될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니까 가만히 있을 수가 없었어요. 진짜 자존심 상하는 짓인 건 잘 알겠는데 그래도 나도 모르게 달려가고 있더라고요. 바보같이. 나는 고개를 숙인 채 그런 요코에게 건네 줄 가장 좋은 말을 생각해 보았다. 하지만 결국 그런 말은 찾을 수 없어서 그저 침묵 속에 몸을 맡기고서 있었을 뿐이다. 수업이 끝난 뒤 마스잡기에 호추를 받았다. 경찰이 교직원의 차를 조사하는 것 같은데 무슨 일인지 아느냐고 물었다. 대답하기가 귀찮아서 나는 모르는 일이라고 둘러댔지만 벌써 수사에 들어갔구나 하는 생각에 마음속으로는 바짝 긴장했다. 쉬는 시간에 복도에서 게이코를 만났다. 양국 연습을 못 하게 되어 답답하다고 웬일로 뾰르퉁한 얼굴을 그대로 드러냈다. 게다가 사방에 눈빛만 아저씨들까지 어슬렁거리니까 학교에 나오기도 싫어요. 형사 얘기다. 어젯밤에 차를 조사하는 중인 형사도 있지만 삐호 사건의 단서를 찾기 위해 아직도 여러 명의 형사가 교정 안을 돌아다니고 있는 것이다. 사건이 해결될 때까지만 참으면 돼. 그때까지만 좀 봐줘라. 그렇게 다독였지만 내 목소리도 화나지 않았다. 사건이 해결되는 그날이 정말 오기나 할까? 9월 26일 목요일 아속 교구가 체포되었다는 소식을들은 것은 학교에 도착해 교무실로 향하던 도중이었다. 학생 하나가 빅뉴스 빅뉴스라고 큰 소리로 말하는게 귀에 들어온 것이다. 나는 급히 교무실로 갔다. 문을 연 순간 그 말이 헛소문이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다. 교무실 아내 공기는 몹이 눅눅하고 답답했다. 그런 분위기는 내가 나타나자 더욱더 팽팽이 당겨지는 것 같았다. 모두가 고개를 숙인 채 할 일없이 책상을 들여다보고 있었다. 내가 자리로 가는 동안 어느 누구도 소리를 내려하지 않았다. 하지만 내가 자리에 앉을 때 묵직한 분위기를 깨듯이 후지무토에 유난히 우렁찬 목소리가 울렸다. 마시바 선생님, 숨은 들으셨어요? 주위에 있던 몇몇 선생님이 움찔 놀라는 것 같았다. 나는 후지모또 쪽을 보았다. 방금 복도에서 학생이 이야기하는 거 들었어. 아이고, 역시 애들이 소식이 더 빠르다니까. 그는 쓴 웃음을 짓는 것 같았다. 제포됐다고 그 학생은 이야기하는 것 같던데. 아, 아니요. 체포는 아니고요. 참고인으로 출두한 거예요. 그래도 옆에서 호리 선생이 말을 끼웠다. 실질적으로는 체포나 마찬가지잖아. 아니, 그건 좀 지나친 이야기고요. 그런가? 잠깐만. 나는 후지모토에게로 다가갔다. 조금 더 자세히 이야기해 봐. 후지모토의 말에 따르면 오늘 아침 일찍 S 경찰서의 오타니가 교무실로 전화를 해서 아소 교사를 참고인으로 출두하게 했다고 공식적으로 알려왔다는 것이었다. 그 전화를 받은 사람은 마스자키 교감이었지만 깜짝 놀라 큰 소리로 통화하는 바람에 교무실에 와 있던 학생에게까지 들켜 버렸다는 이야기였다. 왜 갑자기 그렇게 됐는지는 잘 모르겠어요. 그래서 그냥 우리끼리 이런저런 추측을 해보던 참이에요. 후지모토의 말해 호리는 고개를 움츠리는 몸짓을 보였다. 하지만 역시 아수 선생이었을까요? 범인이 하세도 이쪽으로 의자를 돌리면서 말했다. 마시마 선생님 뭔가 짐작하시는게 있죠? 호리가 물었다. 내가 아무 대답도 못 하고 있자 오다가 자신의 자리에서 차를 마시면서 말했다. 말씀마 선생은 짐작하는게 없더라도 호리 선생은 뭔가 알 것 같은데요. 어쨌거나 여자들은 호기심이 강하잖아요. 어머, 남자들 중에도 그런 사람 많아요. 호리가 그렇게 말했을 때 문이 열리고 마스 자키가 들어왔다. 여인 것처럼 보일만큼 초한 표정이었다. 걸음까지 허청거리는 것 같았다. 이윽고 시작이 울렸지만 조회를 할 기미는 없었다. 학생들을 모아놓고 어떤 말을 해야 좋을지 지금 마스 자기는 알 수 없는 심정일 것이다. 구리아라도 교장실에 틀어박힌 채 나타나지 않았다. 분명 답답해서 어쩔 줄 모르는 표정으로 담배만 뻑뻑 피우고 있을게 틀림없다. 수업을 하러 갔지만 학생들의 반응은 교사들과는 상당히 달랐다. 뭔가 신이 난 것처럼 내가 무슨 이야기를 해 줄지 흥미 진진하게 기대하는 얼굴인 것이다. 게다가 아소교와 나를 연결지어 뭔가 그의 아이들이 좋아할 만한 상상의 나래를 한껏 펼치고 있는 모양이었다. 나는 어떤가 하면 그저 건성으로 입만 움직이는 수업을 하고 있었다. 오타니 형사일행은 그 집념과 후각으로 과연 어떤 단서를 포착해서 아소 교구에게 출두 명령을 내린 것인가? 아소는 첫 번째 사건에서는 완벽한 알리바이가 있었는데 그것을 오타니는 어떻게 파악하고 있는 것인가? 그리고 지난번에 아수 교구가 말했던 진상은 전혀 다른 곳에 있다라는 것은 대체 무슨 뜻인가? 그런 여러 가지 생각들이 눈이 핑핑 돌만큼 머릿속을 맴돌아서 도저히 정상적인 수업을 하고 있을 정신 상태가 아니었다. 수업이 끝난 뒤 나는 마스자키에게 넌짓이 아소 교의 일을 물어보았다. 그는 살짝 싫은 내색을 보이며 입을 열었지만 후지모토가 조금 전에 말했던 것과 거의 똑같은 이야기였다. 아스자키 역시 자세한 것까지는 알지 못하는 모양이었다. 내내 마음속에 걸려 있는 가운데 2교시 3교시가 지나갔다. 그리고 4교시 수업 중에 오다가 교실까지 나를 부르러 왔다. 형사가 와서요라고 귀 말을 했다. 나는 학생들에게 자습을 하라고 이야기해 놓고 급히 교시를 나왔다. 평소 같았으면 학생들의 환성이 등 뒤에서 들려왔을 텐데 오늘은 달랐다. 일제히 비밀스러운 이야기를 시작한듯한 묘한 술렁임이 일어난 것이다. 응접실에서 오타니와 마주하는게 대체 몇 번째인가? 수업 중에 죄송합니다. 회색 양복의 노타이에 내가 보기에는 전형적인 형사 스타일의 오타니가 머리를 숙였다. 그리고 또 한 명 젊은 형사가 옆에 있었다. 오터니의 눈은 칭열되어 있었다. 그리고 얼굴에는 기름기가 번들거렸다. 아 교구라는 용이자를 확보하고 수사가 아연 활기를 뛰게 된 것일까? 아소 선생님이 경찰서 출두 명령을 받은 것은 알고 계시죠? 네, 알고 있습니다.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혹시 그저께 제가 차로 습격을 당한 사건과 관련이 있는게 아닌가 하고 저 혼자 짐작하고 있었습니다만 아, 아니요. 그게 아닙니다. 오타니가 고개를 저었다. 나는 놀랐다. 아니라고요? 아수 선생님을 출두하라고 한 것은 전혀 다른 이유 때문입니다. 그럼 어떤 이유로 아 잠깐만요. 급하게 서두르는 나를 제지하듯이 오타니는 느긋한 동작으로 호주머니에서 수첩을 꺼냈다. 페이지를 넘기는 손길도 침착했다. 어제 우리 젊은 영사가 학교 수강로에서 소소한 것 하나를 발견했습니다. 벌거 아니고요. 장갑이에요. 하얀 목면 장갑이요. 소강로는 수사를 이유로 체육지 이후 한 번도 불을 피운 적이 없다. 그의 말을 듣고 생각해 보니 어제도 몇몇 형사가 그쪽을 쌌지는 것 같았다. 그 장갑에 주목한 것은 우리 젊은 형사의 수훈이었죠. 실은 거기에 소량에 그림 물감이 묻어 있었거든요. 그림 물감이요? 나는 기억을 더듬었다. 이번 사건에서 그림 물감이 관련된 뭔가가 있었던가? 하지만 오타니는 굳이 생각해 볼 것도 없다는 듯이 말했다. 잊으셨습니까? 그 마술 상자? 그 말을 듣자마자 생각이 났다. 그렇다. 그러고 보니 그 마술 상자는 그린 물감으로 색칠를 했었다. 하지만 그 장갑이 꼭 범인의 것이라고 할 순 없잖아요. 나는 발론에 나섰다. 하얀 목면 장갑이라면 아마 체육제 응원 전에서도 썼을 겁니다. 그러니까 응원을 했던 학생들이 우연히 마술 상자에 손을 댔을 수도 있어요. 하지만 오타니는 내가 말을 끝내기도 전에 벌써 고개를 적고 있었다. 그 장갑을 자세히 조사해 봤는데 안쪽에서도 빨간 도료 같은 것이 말라붙은 상태로 검출됐어요. 극기 소량이지만 그게 뭔지 아시겠습니까? 빨간 도료라 퍼뜩 떠오르는게 있었다. 맞아요. 매니큐어였습니다. 즉 학생의 장갑이 아니라는 얘기죠. 그야 요즘에는 학생들도 화장을 하는 경우가 많아요. 하지만 아무리 그래도 그런 빨간색 매니큐어는 안 바르죠. 그래서 아수 선생을 어젯밤에 아수 선생님을 찾아가서 현재 쓰고 있는 매니큐어를 좀 빌려 달라고 했었어요. 수사원 얘기로는 그때 아수 선생이 몹이 불안해하는 표정인 것을 보고 역시 범인이구나라고 확신했다는데 아 그건 상관없는 얘기고 아무튼 장갑에 남은 도류와 비교해 봤더니 정확히 일치했다는 보고가 들어왔어요. 그래서 오늘 아침에 아수 선생님을 소환한 겁니다. 오타니가 어떤 식으로 아수를 추궁했을지는 대략 짐작할 수 있었다. 우선 체육제 당일 아소의 동선을 세세하게 확인했을 것이다. 그때 그녀의 진술에는 마술 상자 근처에 갔다는 이야기나 그럴 가능성에 대한 진술은 한 마디도 나오지 않는다. 그것을 확인한 상태에서 오타니는 장갑을 꺼내 보여준다. 그림 물감과 매니큐어 절대로 있을 수 없는 모순을 눈앞에 드림인 것이다. 아소는 그것에 대해 어떻게 변명했을까? 변명은 안 했어요. 아마 체념한 모양이더라고요. 한 부분만 빼고는 거의 다 털어났습니다. 아수 교가 실토했다. 이건 나로서는 펄쩍 뛸만큼 놀라운 이야기였지만 오타니는 덤덤하게 말했다. 그 침착한 말투가 지긋이 눌러준 덕분에 나도 흥분하지 않고 그의 말을들을 수 있었다. 이런 상황에서도 오타니가 여전히 아소 선생님이라고 해 주는 것도 마음에 걸렸다. 한 부분만 빼고요. 그건 무슨 얘기죠? 나는 두근거리는 마음을 억누르며 물었다. 그러자 오타니는 또다시 항상 하던 대로 잔뜩 뜸을 들이며 담배를 입에물더니 후하고 뿌연 연기를 길게 토해냈다. 술병을 바꿔치게 한 것은 아수 선생님이죠. 하지만 마에시마 선생을 죽이려고 한 것은 전혀 다른 사람이었다는 이야기예요. 무슨 어이없는 소리냐라는 말이 튀어나오려는 것을 꿀꺽 삼켰다. 아수 교구가 죽이려고 했던게 아니라면 그녀는 대체 무엇 때문에 술병을 바꿔치게 했다는 것인가? 범인에게 협박을 받았기 때문이다라는게 아수 선생님의 해명이에요. 협박이요? 나는 되물었다. 아소 선생이 왜 범인에게 협박을 받는다는 겁니까? 이런 자세한 얘기까지 하면 안 되지만 뭐 말씀마 선생이니까 이야기하기로 하죠. 오타니는 머리를 길적이면서 그렇게 전제한 뒤에 말을 이어나갔다. 마이시마 선생이 지난번에 아수와 무라아시가 특별한 사이였던게 아니냐라는 가설을 이야기했었죠. 그 가설이 맞았어요. 올 봄부터 둘이 사귀는 사이였다고 하더라고요. 역시 내가 예상했던 대로였다. 그런데 구리아라 교장의 아들과 혼담이 들어오자 아소가 무라아시와의 관계를 청산하려고 했던 것도 사실이었습니다. 뭐 그 정도는 쉽게 추측할 만하죠. 그런데 무라아씨는 그걸 받아들이지 않았어요. 아소는 성인들 사이에 놀이쯤으로 생각했는데 무라하아씨는 진심이었던 거겠죠. K와 똑같다고 나는 생각했다. 그런 식으로 아소교코는 여러 남자들에게 상처를 준 것이다. 더구나 무라아씨는 둘 사이의 관계를 보여주는 한 가지 증거를 주고 있었어요. 그러니 아수로서도 그를 설득하지 않고서는 어떻게도 할 수 없었다라는 이야기입니다. 뭡니까? 그 한 가지 증거라는게 아 좀 더 들어보시죠. 무라하시는 그 증거를 항상 가지고 다녔어요. 다리실에서 독살되었을 때도 분명 그가 몸에 지니고 있었을 거라는 이야기죠. 하지만 당시 현장에서는 그런 증거 같은 건 전혀 발견되지 않았잖아요. 콘돔이 그 비슷한 물건이라고 할 수도 있겠지만 그건 둘 사이를 증명할 만한 물건이라고 하기에는 어려우니까요. 자, 그러면 대체 어떻게 된 것인가? 범인이 가져갔다고요? 나는 머뭇머뭇 물어보았다. 그러자 오타니는 크게 고개를 끄덕였다. 네. 정확히 맞추셨습니다. 그리고 당연한 일이지만 아수 선생님은 크게 당황했겠죠. 아, 그러고 보니 언제였나 후지모토가 아소에게서 묘한 질문을 받았다고 이야기했던 적이 있다. 분명 무라아씨의 소지품을 범인이 훔쳐간게 아니냐라는 질문이었다. 그녀가 왜 그런 것을 알려고 하는지 나도 뭔가 석연치 않은 마음이 들었었는데 이제야 드디어 이해가 되었다. 그런 얘기를 들려 주자 오타니도 흡족한 듯 가슴을 젖혔다. 아 선생님의 진술에 또 한 가지 반증이 늘어났군요. 어쨌거나 이야기를 듣고 나자 그다음은 나도 추측할 수 있었다. 즉 범인이 그 증거를 믿기로 아소를 협박했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 협박 내용은 술병을 바꿔치게 하라는 명령이었다. 그 협박장을 아수 선생님은 치육제 날 아침 책상 서랍에서 발견했다고 하더군요. 한돼들이 술병을 바꿔치게 하는 순서를 상세하게 적고 만일 그 지시대로 따르지 않으면 무라시의 사체에서 훔쳐온 것을 공표해 버리겠다는 협박으로 끝을 맺은 협박장이에요. 우리는 그걸 아수 선생님의 진술에 따라 그녀의 자택에서 발견했습니다. 아, 참, 여기 복사에 온게 있어요. 그렇게 말하면서 오타니는 양복 안주머니에서 곱게 접은 종이 한 장을 꺼냈다. 그것은 대학 노트 정도의 크기였다. 오타니가 그 종이를 내게 건네 주었다. 지렁이가 기어가는 듯한이라는 흔에 빠진 표현이 딱 어울리는 글씨가 종이 전면에 빽빽하게 적혀 있었다. 얼핏 보자마자 읽어 볼 마음이 싹 가시는 기분이었다. 우선 그 글씨에 질려서 저절로 얼굴이 찌푸려진 내게 오타니가 설명해 주었다. 왼손으로 썼거나 아니면 오른손의 장갑을 여러 겹끼고 쓴 모양입니다. 필적을 감추는데 효과적인 방법이죠. 협박장은 다음과 같은 글이었다.이 글은 협박장이므로 타인에게 공개해서는 안 된다. 당신은 오늘 아래의 지시에 따라 행동해야 한다. 첫 번째 양궁부원의 움직임에서 눈을 떼지 말 것. 그들은 가장 행렬에 사용할 도구들을 양궁부 부실에서 미리 어딘가로 옮겨 둘 것이다. 그때 마이시마의 소도구인 한 돼드리 술병을 어디에 보관하는지 알아두는 것이 목적이다. 두 번째 장갑을 준비하라. 그 장갑을 세 번째 행동에 들어가기 전에 반드시 손에 껴야 한다. 셋째, 1학년 교실 건물 1층의 창고로 가라. 그곳에 하얀 종이 가방이 있다. 안에든 술병을 확인한 뒤 그 종이 가방을 들고 즉각 첫 번째에서 알아둔 장소를 이용해 원래우 술병과 바꿔치게 하라. 넷째, 원래우 술병은 사람들 눈에 띄지 않는 곳에 버려라. 단, 종이 가방은 다른 장소에 버릴 것. 다섯째, 위에 작업이 끝나면 신속하게 제자리로 돌아가라. 당신이 특히 주의해야 할 것은 위의 작업들을 절대로 남의 눈에 띄게 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물론이 일을 발설해서도 안 된다. 만일 지시한 대로 따르지 않을 경우 우리는 제재를 가할 것이다. 우리의 제재는 지난번에 무라아시의 소지품에서 발견한 물건을 공표하는 것이다. 참고로 그 복사본을 첨부한다. 당신의 입장과 장례를 생각한다면 이상의 지시를 충실하게 이행하는게 좋을 것이다. 만만치 않은 놈이에요.이 범인. 협박장을 다 읽고 얼굴을 들자 오타니가 한 숨을 내쉬면서 말했다. 남을 이용해 살인을 한다는 건 원격 조종 같은 것이라서 직접적인 단서를 얻기가 아주 어렵거든요. 한돼들이 술병과 종이가 그리고이 협박장이라는 단서들이 있지만 결정적으로 범인에 다가가는 건 기대하기 힘들어요. 게다가 범인은 상당히 지능이 높다. 나는 협박장을 읽으면서 그런 느낌을 받았다. 옷자나 탈자가 전혀 없고 지시 자체도 논리 정연한 것이다. 근데 범인이 무라시 선생님의 소지품에서 훔쳐온 건 대체 뭐였습니까? 이제 어지간이 좀 알려 주시죠. 저 오만한 아수교구가 절대 복종하지면 안 될 정도의 협박 미끼라는게 대체 무엇이었을까? 나는 설령 그것이 사건과 무관하다고 해도 꼭 알고 싶었다. 하지만 내 기대를 꺾어 버리듯이 오타니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사실은 그걸 아직 알아내지 못했습니다. 내가 처음에 말했지 않습니까? 아수 선생님이 한 부분만 빼고는 다 털어 놓았다고요. 그 한 부분이라는게 바로 그거예요. 협박장에는 그 복사본을 첨부한다라고 적혀 있었는데 아수 선생님이 그 복사본을 잽싸게 없애 버린 모양입니다. 하지만 그래서는 그녀의 진술을 전면적으로 신뢰할 수가 없지 않습니까? 모두 그녀가 지어낸 이야기다.라고 생각할 수도 있는 것이다. 아니요. 아수 선생님의 진술은 신뢰해도 됩니다. 왜냐하면 그저께 밤에 마이시마 선생이 차로 습격당한 시각에 아수 선생님은 자기 방에 있었다는 것이 확인되었으니까요. 아 그 알리바이는 확실합니다. 아무튼 그날 우리 젊은 영사가 한시도 눈을 떼지 않고 그녀를 지켜봤거든요. 알리바이라고 하면 앞서도 여러 번 말했었지만 무라아시 사건 때도 아수 선생님은 완벽한 알리바이가 있었어요. 게다가 속임수 협박장을 오래 전부터 준비해 두었다고는 생각하기 어렵지 않습니까? 나는 아소교구의 진상은 전혀 다른 곳에 있다라는 말을 떠올렸다. 그게 바로 이런 의미였던 것이다. 그래서 실제로 움직인 건 아수 선생님이었지만 진범은 따로 있다는 이야기입니다. 결국 마이시마 선생은 다시 한번 범인에 대해 진작가는 것이 없는지 고민해 보실 필요가 있어요. 나는 힘없이 고개를 저었다. 그건 전혀 저도 좀 더 고민해 보긴 하겠지만 오타니 형사님 쪽의 수사는 어떻습니까? 저희도 계속 수사는 하고 있는데 그도이 점에 대해서는 대답이 신통치 않았다. 아무튼 단서가 많은 편이니까 전력을 다해서 추적해 봐야죠. 그리고 마이시마 선생도 앞으로 어딘가 돌아다니실 때는 최대한 주의해 주시고요. 아수 선생님이 자백했다는게 알려지면 범인도 초조해야 할 겁니다. 가까운 시내에 또다시 선생을 노릴 수 있어요. 각별히 조심하겠다라고 나는 순순히 고개를 숙였다. 그나저나 결국 아수 선생은 어떤 처벌을 받게 될까요? 그게 좀 어려운 문제라니까요. 오타니는 난처하다는 얼굴을 했다. 협박을 당해서 어쩔 수 없이 한 일이기 때문에 이건 정상 참작의 여지가 있을 수 있거든요. 하지만 협박장을 보낸 자가 무라아시를 살해한 자와 동일인물이라는게 명백해진데다가 아소에게 말시마 선생이 방해가 되는 존재였다는 건 사실입니다. 이렇게 되면 해석을 어떻게 하느냐가 아주 중요해지죠. 그건 무슨 말씀이신지? 물어보면서 나는 오타니가 말하려는게 무엇인지 알 것 같았다. 미필적 고이가 아수 선생님의 머릿속에 있었느냐 없었느냐라는 거예요. 아니이 경우에는 좀 더 적극적인 것 즉 마시마 선생이 죽었으면 좋겠다는 마음이 작용한게 아니냐는 의문이 생기게 됩니다. 그렇게 되면 우리 형사들로서는 판단할 방법이 없어요. 최소한 내가 죽어도 상관없다는 생각은 했을 것이다. 적잔히 우울해지는 기분으로 나는 오타니의 말을 듣고 있었다. 9월 28일 토요일 반과 후 오늘부터 운동부 활동을 제개해도 된다는 허락이 떨어졌다. 지금까지 꾹꾹 눌러온 에너지를 한꺼번에 터뜨리듯이 젊은 팔다리가 신나게 운동장을 뛰어다녔다. 각 운동부지도 교사들도 의물한 분위기에서 해방되어 화난 얼굴을 하고 있었다. 양궁부 활동도 시작되었다. 현 대회까지 이제 일주일밖에 남지 않았다. 이제는 무조건 연습에 매달리는 수밖에 없었다. 이것저것 따져가면서 화살을 쏘고 있을 여유가 없어. 기본을 지키면서 최대한 크게 발사하는 것뿐이야. 잔재주로 대충 떼우려고 해서는 안 돼. 연습되는 그게 통할지도 모르지만 시합에서는 절대로 통하지 않으니까. 오랜만에 둥그럽게 모여선 가운데 게이코의 목소리가 왕 울렸다. 기압이 잔뜩 들어간 목소리였다. 고개를 끄덕이는 부원들의 얼굴 표정도 적당히 긴장된 것이어서 시합에는 마침 좋은 상태다. 이런 분위기가 대회 때까지 유지된다면 좋을 텐데라고 나는 생각했다. 선생님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게이코는 경려 구호를 끝낸 뒤 내게 말했다. 부원들이 일제히 이쪽을 보았다. 나는 침을 꿀꺽 삼키고 입을 열었다. 자신이 아직 서툴다는 것을 잊지 마라. 서출 더는 것을 알면서도 대회에 도전하는 것이니까 자세위는 신경 쓸 거 없다. 자신이 지금 할 수 있는게 무엇인지 그것만 생각하면 압박감도 망설림도 없을 것이다. 감사합니다. 전원이 한 목소리로 외쳤다. 나는 약간 뺨을 불키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지금까지 해왔던 대로 즉각 연습에 들어갔다. 나는 변함없이 부원들 뒤에 서서 자세를 점검했다. 뒤에서 내 눈이 번뜩이고 있으면 시합대와 비슷한 정도의 압박감을 체험할 수 있다는게 게이코의 주장이었다. 연습을 시작하고 한참 지났을 때 나는 양궁장 옆에 궁도장 쪽에서 수상적은 남자의 시선을 감지했다. 모르는 사람이 아니다. 경찰서에 시라잇이라는 젊은 형사다. 최근 2, 3일 나의 행적은 낱낱이 형사들의 감시를 받고 있다. 이따금 눈에 잡히지 않을 때도 있지만 잊어버릴 만하면 다시 시야 한 귀퉁이에 나타났다. 집을 나섰을 때, 출근할 때, 교회에 있을 때, 그리고 퇴근할 때까지 어디에 있든 그들의 그림자가 가까이에 있었다. 그렇게까지 하는데 설마 범인도 섣불리 나서지는 못할 것이다. 하지만 경찰 수사 쪽은 전혀 진척되는 기미가 없었다. 가끔 시라시 형사를 통해 들어본 바에 의하면 그 세리카 더블렉스 쪽에서는 범인이 떠오르지 않고 있다는 이야기였다. 당연히 천여명이 넘는 학생들 중에는 가족이 그런 차를 갖고 있는 경우도 있었다. 하지만 아무리 조사해 봐도 이번 사건과 관계가 있는 자는 없었고 혹시 학생이 범인이라면 운전 가능한 공범이 있었다는 이야기라서 수사는 점점 더 힘들어진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교직원 중에 세리카를 타는 사람은 없었다. 한 돼들이 술병을 숨겨 두었던 종이 가방은 공개 수사를 했었지만 어디서든 구할 수 있는 흔한 물건이라는 것이 밝혀졌을뿐 범인의 범위를 좁히는 데까지는 이르지 못했다. 상당히 주의깊은 범인이라서 이건 거의 예상 가능한 일이었지만 그보다 내가 가장 마음에 걸린 것은 형사들이 여전히 그 타리실의 밀실에 대해 오해를 하고 있다는 점이었다. 아직도 열쇠가의 탐문 수사를 하러 다닌다는 걸 보면 역시 범인은 여성용 타리실 출입구를 통해 탈출했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나는 요쿠가 이야기해 준 것을 결국 오타니에게 말하지 못했다. 그 이야기를 꺼내면 요쿠가 계획한 거짓 성추행에 대한 것도 말해야 하기 때문이다. 요코가 그 이야기는 하지 말아 달라고 했던 것은 아니다. 하지만 나로서는 말할 수 없었다. 요코는 나였기 때문에 그런 이야기를 해 주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다른 어느 누구도 아니다. 나를 선택해 주었다. 아마 상당한 용기와 결심이 필요했을 것이다. 그런 걸 가볍게 남에게 발설한다는 것은 요코를 배신하는 일인듯한 마음이 들었다. 게다가 나는 한 차례 요코의 기대를 배반한 정과가 있었다. 밀실 수께끼만은 내 손으로 풀어내야 한다. 나는 그렇게 굳게 마음 먹고 있었다. 그런 생각들에 잠겨 있는데 어느 틈에 게이코가 옆에 와 있었다. 게이코는 시라시 형사 쪽을 끔 바라보더니 웬일인지 얌전한 얼굴로 말했다. 역시 선생님을 나오시라고 할 일이 아니었나 봐요. 아니, 그렇지 않아. 그래도 마음속으로는 얼른 집에 가고 싶으시죠? 어디에 있든 위험한 건 마찬가지야. 이런 때일수록 나는 양궁장에 있고 싶어. 자꾸만 딴 생각이 나서 코치를 제대로 못 해 주는게 미안할 따름이지. 그러자 게이코는 살짝 고개를 저으면서 미소를 지었다. 그냥 여기 있어 주시기만 해도 좋다고 했잖아요. 그 뒤에 오랜만에 부원 전체의 슈팅을 관찰했다. 게이코는 변합 없이 정확한 릴리즈를 했다. 하지만 몸이 열리는 버릇은 고쳐지지 않았다. 지금으로서는 나쁘면 나쁜 대로 그 자세로 일단 현 대회를 통과해 보기로 한 모양이라서 나도 따로 지적하지 않고 넘어갔다. 눈이 휘둥그려진 것은 미아사과 애미의 실력 향상이었다. 전에는 화를 당기는 것만으로도 몸이 떨렸는데 이제는 충분히 당긴 뒤에 찬히 관역을 노리는 여유까지 느껴졌다. 이전부터 자세는 반듯했던만큼 적중률이 부쩍 높아졌다. 역시 게이쿠와 한 팀이 되어 연습해 온 성과인가? 에미가 쏜 화살이 관역의 중심을 마치는 것을 보고 나도 모르게 잘했어라는 말이 튀어나왔다. 에미는 시선을 떨은 채 꾸벅 머리를 숙였다. “애미 진짜 잘한다. 탄도가 한층 낮은 화살을 지켜보는 가나이에게 나는 작은 소리로 말을 건냈다. 이쪽은 1학년 때부터 아무튼 거칠고 힘이 넘치는 발사 방법으로 일관하고 있다. 가나에는 그새 이마의 송글송글 맺친 땀을 닦으면서 대답했다. 네, 맞아요. 점심 시간마다 연습을 했었는데 에미는 하루하루 실력이 늘더라고요. 뭔가 비결이 있느냐고 물어봐도 그냥 이라고만 한다니까요. 그렇다면 정신적인 것이겠네. 기껏해야 양궁이라는 마음을 가졌을 때 저런 사격 방식도 가능하지. 저건 일종의 재산이야. 저도 그런 마음은 분명 갖고 있는데. 아니, 양궁을 가볍게 보는 것과는 다르지. 나는 웃으면서 그 자리를 떠났다. 연습한지 한시간쯤 지난 무렵일까? 차가운 것이 얼굴에 투두둑 떨어졌다. 빗방울은 점차 굵어져서 순식간의 발사장이 검은 점들로 채워졌다. 아, 어떡해?라는 라는 탄식을 하며 부원 몇 명이 원망스러운 눈빛으로 하늘을 올려다 보았다. 그 심정은 충분히 이해가 되었다. 그야말로 오랜만에 합동 연습을 할 수 있었는데라는 안타까움일 것이다. 신경 쓸 거 없어. 비가 쏟아져도 시합은 하니까. 게이크에 엄격한 꾸질함이 날아왔다. 아닌게 아니라 맞는 말이었다. 양궁씨압이 비 때문에 중지되는 일은 없다고 해도 좋다. 유일하게 비나 안개 등으로 관역을 보기가 곤란한 경우에만 중지한다라는 귀약이 있지만 그건 예외 중에 예외라고 해도 좋을 것이다. 빛속에서는 체온이 떨어져 근육이 굳다. 평소보다 더 강한 집중력이 필요하다. 게다가 활의 현은 물을 먹음으면 반발력이 급격히 줄어들기 때문에 판도 당연히 달라진다. 그야말로 체력과 테크닉, 양쪽이 모두 요구되는 것이다. 본격적으로 비가 쏟아지자 그런 실력차가 분명하게 드러났다. 게이코는 약간 흐트러진 모습을 보였지만 곧바로 안정된 점수를 확보했고 가나에 파워 양궁은 비에 영향이 적다. 미아사카 에미는 여기에서도 호조를 유지하고 있었다. 하지만 다른 부원들은 탄도가 일정하지 않아 미스을 연발했다. 잠시 그런 상태로 연습을 강행했지만 누군가의 화살이 관역을 크게 벗어나는 것을 보고 게이코는 철수를 지시했다. 더 이상 계속하는 것은 자세를 무너뜨릴뿐만 아니라 감기에 걸릴 우려도 있었기 때문에 나도 찬성이었다. 옷을 갈아입은 뒤 체육관 귀퉁이를 빌려 웨이트 트레이닝을 하기로 했다. 라는 여벌 운동이 없어 그 길로 양복으로 갈아입었지만 그래도 체육권에 따라나가 트레이닝 모습을 지켜보았다. 실내에서의 가장 효과적인 트레이닝은 빈 활당 단기기다. 테니스나 야구에서 공이 쳐올리는 연습을 하듯이 양궁에서도 이게 가장 좋은 연습법으로 알려져 있다. 구원들이 나란히 서서 빈 화를 당기는 것을 한동안 벽에 기채 지켜보다가 게이코에게 양해를 구하고 나는 잠시 체육관을 나왔다. 한쪽에서 농구부와 배드민턴부도 땀을 흘리며 뛰고 있다. 그들이 내뿜는 후끈한 열기 속에서 있으려니 머리가 멍해지는 것 같았기 때문이다. 입구 로비에서 시라이시 형사가 벤치에 앉아 신문을 읽고 있었지만 내 모습을 보자 서둘러 일어서려고 했다. 아 잠깐 바깥바람 좀 쇠고 오려고요? 내가 그렇게 말하며 제지하자 그는 다시 자리에 앉았지만 내가 나가는 것을 빤히 지켜보고 있었다. 비는 점점 더 새차게 쏟아졌다. 운동장에도 학교 건물 주위에도 인적이라고는 없고 온 흑백 사진처럼 색깔을 잃었다. 나는 한 차례 심호흡을 했다. 시원한 바람이 콧구멍을 지나갔다. 오른편 옆에서 인기척이 느껴져서 나는 돌아보았다. 하지만 착각이었던 모양이다. 그곳에는 아무도 없었다. 그렇다. 그때도 전에도이 비슷한 일이 있었다. 그때는 착각이 아니었다. 그곳에 다카라 요쿠가서 있었던 것이다. 우산을 얻게 된 채 요코는 교사용 타리시를 가만히 바라보고 있었다. 이제 와서 생각해 보면 요코도 나름대로 밀실에 대한 추의를 하고 있었던게 아닐까? 호조 마사미의 추리가 틀렸다는 것을 그 시점에는 오로지 요코만 알고 있었다. 하지만 그걸 어느 누구에게도 말할 수 없었던 것이다. 나는 옆에 우산 받침대에서 내 우산을 뽑아 펼쳐들고 천천히 걸음을 옮겼다. 체육관 뒤편으로 돌아가 그때의 요코처럼 타리시를 가만히 바라보았다. 체육관 안에서는 부원들의 운동화가 바닥을 쓰는 소리, 구령 소리 등이 세어나왔다. 하지만 그것이 어딘가 먼 곳에서 나는 소리인 것처럼 타리실주인은 괴한 분위기에 휩싸여 있었다. 생각할 수 있는 것은 모두 다 생각해 봤다. 오늘까지 대체 몇 번이나이 수수께끼에 뛰어들었던가? 여성용 타리실 출입구를 이용하지 않고 탈출하는 방법이 대체 뭘까? 꿈속에서까지 고민했을 정도다. 직접 안에 들어가서 생각해 보기도 했다. 하지만 아직까지도 적합한 답은 생각나지 않는다. 얼마나 그렇게서 있었을까? 내가 퍼뜩 정신을 차린 것은 체온이 떨어져 등에서 오싹하는 한길를 느꼈기 때문이다. 그만 들어가자고 생각하며 몸을 돌린 참에 나는 발을 멈췄다. 다시 한번 해보고 싶은 것이 생각났기 때문이다. 무라씨의 사례 장면을 처음 목격했을 때의 일을 떠올리면서 다시 한번 그때와 똑같이 움직여 보자. 그런 생각이 난 것이다. 우선 그때처럼 문을 밀어 보았다. 하지만 꿈쩍도 하지 않았었다. 그래서 뒤편으로 돌아가 환기구를 통해 안을 들여다봤던 것이다. 그래 그때처럼 환기구를 통해 안을 들여다보자. 내 키로 간신히 들여다볼 수 있는 위치에 환기구가 있다. 아마 요코라면 한껏 발도듬을 해야 가까으로라는 정도일 것이다. 나는 그날처럼 거기서 안을 들여다 보았다. 여전히 먼지 냄새가 코를 찔렀다. 어음프레한 가운데 입구 쪽 문이 희미하게 보였다. 그날은 그중에서도 특히 문 안쪽에 빗장이 부역해 보였던 것이 기억났다. 그 빗장을 바깥에서 거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오타니 형사는 말했었다. 그 순간 내 머릿속에 섬광이 내달렸다. 어쩌면 우리는 중대한 오류를 범한게 아닐까? 1, 2초에 짧은 동안에 내 기억력과 사고력이 풀가동했다. 눈앞이 피잉도는 현기증과 가벼운 구토감이 몰려왔다. 하지만 다음 순간이 밀실 수께끼를 푸는 대담한 추리가 만들어졌다. 아니, 그럴 리가 없어. 나는 고개를 저었다. 내 의지와는 상관없이 만들어져 버린 그 추리는 전혀 내 마음에 들지 않았다. 그럴 리가 없다. 내 머리가 돌아버린 모양이다. 나는 그 자리에서 도망치듯이 뛰어나왔다. 10월 1일 화요일 점심 시간에 옥상에서 봐요. 사교시가 시작되기 전에 다카라 요쿠와 복도에서 마주쳤을 때 살짝 건네받은 쪽지에는 그렇게 적혀 있었다. 욕구의 호추를 받은 것은 올해 봄 이래로 두 번째다. 물론 이번에는 여행을 함께 가자는 건 아닐 테지만 우리 학교는 원칙적으로 학생이 옥상에 올라가는게 금지되어 있다. 그래서 평소에는 아무도 없지만 이따금 학생들이 비밀 이야기를 나눌 때 몰래 이용한다는 이야기는 들었다. 점심 식사를 마치고 내가 옥상에 도착했을 때도 학생 세 명이 구석 쪽에서 뭔가 이야기판을 벌리고 있었다. 내 모습을 보자마자 혀를 쏙 내밀더니 목을 움추이며 우르르 내려갔다. 그나마 나한테 들켜서 다행이라고 가슴을 쓸어내렸는지도 모른다. 요코의 모습은 보이지 않아서 나는 철제 난간에 몸을 기대고 학교 전체를 내려다 보았다. 교실 건물들의 형태며 배치가 손에 잡힐 듯 파악되었다.이 학교에 부임한 이후 이렇게 몸을 숙이고 내려다본 것은 처음이었다.답지 않은데요. 문득 뒤에서 말을 건내는 바람에 깜짝 놀랐다. 돌아보니 감색 스커트에 회색 재키 차림의 욕코가서 있었다. 오늘부터 춘추복으로 바뀐 것이다. 음? 뭐라고 했니? 내가 되물었다. 옥상에서 아래를 굽어 보다니 선생님답지 않으시다고요? 심심풀이라고 해도 그건 악취이에요. 그럼 어떻게 하는게 나답지? 그러자 요코는 살짝 고개를 갸우뚱하며 말했다. 먼저 와서 기다리는 것도 선생님답지 않으세요? 선생님은 항상 남을 기다리게 하시잖아요. 데구할 말을 찾을 수 없어서 나는 별 의미도 없이 하늘을 올려다 보았다. 그나저나 무슨 일이냐? 감정에 흐트러짐을 얼어무리려고 우선 그렇게 물었다. 그녀는 상쾌한 듯 바람을 맞더니 뒤로 날려가는 머리카를 잡으며 오히려 내게 되물었다. 수사는 어떻게 됐어요? 어떻게 됐는지는 나도 잘은 모르지. 하지만 아직 범인을 잡지 못했다는 건 확실하다. 세리 더블엑족은요. 경찰이 그것도 수사 중이잖아요. 아. 응. 수사는 하는 모양인데 현재로서는 그쪽도 별수하게 없는 것 같아. 이상한 이야기지만. 그 뒤로 범인이 선생님을 노린 일은요? 없었어. 형사가 옆에 딱 붙어 있으니까 범인도 섣불리 나서지 못하고 있을 거야. 한마디로 진전은 없다는 거네요. 그런 이야기가 되겠지. 나는 하늘을 향해 한 숨을 쉬었다. 잠시 틈을 두었다가 요코는 말했다. 그 뒤에 저도 고민을 좀 해 본 끝에 생각해 낸게 있어요. 왠지 약간 망설리는듯한 기색이어서 나는 요코에 옆 얼굴을 보았다. 그게 뭔데? 아마추어의 생각인지도 모르지만요. 그녀는 그렇게 전제한 뒤에 말을 이어갔다. 무라아 씨가 살해되었을 때 현장은 밀실이었던 거잖아요. 근데 왜 꼭 밀실로 했어야 할까요? 음. 요구가 무슨 말을 하려는지 나는 곧바로 알아들었다. 나도 생각해 본 일이었기 때문이다. 단순하게 말한다면 자살인 것처럼 보이게 하려고는게 되겠지. 하지만 범인의 행동을 생각해 보면 꼭 그런 건 아니라는 느낌이잖아요. 남성용 타리실과 여성용 타리실 사이의 격벽위를 누군가 넘어간 것처럼 위장했고 여성용 타리실 로커의 일부를 축하게 적셔두기도 했고요. 즉네 말은 그 잘못된 밀실 트릭을 유도하는게 바로 노림수였다는 건가? 네. 제 생각에는 그래요. 요코는 딱 잘라 말했다. 아무리 자살인 것처럼 꾸며봤자 경찰에서 그런 건 금세 알아낼 거라고 범인은 생각했을 거예요. 그래서 또 다른 위장을 하기로 했다는 식으로 생각해 볼 순 없을까요? 음. 충분히 고개를 끄덕일 만한 이야기다. 오탄이 형사가 타리실 뒤에서 발견한 작은 체인을 추적하던 끝에 호조 마사미와 똑같이 잘못된 답을 찾아내게 된 경의를 나는 요코에게 들려 주었다. 그 체인도 어쩌면 범인이 일부러 떨어뜨려 놓은 것일 터였다. 문제는 왜 범인이 굳이 그런 미끼릭을 준비했느냐는 거야. 어떤 형태로든 밀실이 깨어진 이상 경찰은 살인 사건이라고 판단하고 본격적인 수사에 들어가게 돼. 그건 범인으로서는 그리 환영할 만한 일은 아닐 텐데 말이야. 하지만 그 시점의 범위는 아주 유리한 입장에 설게 되죠. 요코의 말투에는 자신감이 담겨 있었다. 유리하다고. 유리하죠. 그 미키트릭 덕분에 진범이 용이 대상에서 제외되는 거예요. 그 말을 듣고 나는 호조 마사미가 풀어낸 밀실 트릭을 떠올려 보았다. 분명 이런 것이었다. 첫째, 호리 선생이 여성용 타리실 출입구에 자물쇠를 열고 안으로 들어간다. 그때 자물쇠는 열린 상태로 문꼬리에 걸어둔다. 둘째, 범인은 문 앞으로 몰래 접근해 문꼬리에 걸린 자물쇠를 준비해 온 가짜 자물쇠로 바꿔치게 한다. 내시경. 셋째, 호리 선생이 타리시를 나와 가짜 자물쇠로 문단속을 한다. 넷째, 무라아 씨가 오기 직전에 범인은 여성용 타리실문에 가짜 자물쇠를 열고 들어가 격벽을 타넘고 남성용 타리실에서 범행을 한다. 다섯시경. 다섯째. 범인은 남성용 타리실 출입문에 빗장을 걸어둔 뒤 다시 격벽을 타고 넘어와 여성용 타리실 출입구를 통해 탈출한다. 여섯째, 여성용 타리실 출입구에 원래의 자물쇠로 문단속을 한다. 그것이 잘못되었다는 것을 알고 있는 지금도 버리기에는 아까운 느낌이 드는 트릭이다. 게다가 범인은 그것을 버리는 카드로 사용했다는 것이다. 대체 무엇 때문에? 무슨 목적으로 생각해 보세요. 저는 그 잘못된 트릭 덕분에 알리바이가 증명됐어요. 그렇다면 범인도 그런 식으로 이용할 계획이었다고 생각할 수 있잖아요. 아, 그러네. 드디어 요크가 무슨 말을 하는지 알아들었다. 이건 알리바이 공작이었던 것이다. 그 잘못된 트릭을 실행하기 위해서는 호리 선생이 타리실에 들어가는 3시 45분 경에 범인은 그 근처에 반드시 숨어 있어야 한다. 따라서 범인은 그 시간대의 알리바이가 없을 것이다라고 생각하게 된다. 요코에게는 4시에 집에 있었다는 알리바이가 있었다. 즉 범인도 그때 어디에 있었는지 알리바이가 확실한 거예요. 그걸로 경찰의 의심을 피할 수 있었겠죠. 거꾸로 말하면 그때의 알리바이가 확실한 사람이 오히려 수상하다는 이야기가 되겠네. 그렇죠. 음. 아주 훌륭한 추이다. 네가 그런 희한을 가졌다는 건 솔직히 생각을 못 했어. 공치사가 아니었다. 호조 마삼이나 오타니형사가 잘못된 트릭에 사로잡힌 것이 단순한 우연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았지만 그것이 알리바이 공작 계획의 일부였을 줄은 생각도 못 했다. 그야 뭐 제가 그 트릭 덕분에 알리바이가 증명되었으니까 그런 쪽으로 생각해 내기도 쉬웠죠. 웬일로 요코는 약간 수주보하는 몸짓을 보였다. 하지만 경찰도 전문가인데 아마 그 정도는 이미 눈치를 챘을걸요. 무라씨가 살해되기 직전에 제가 봤다는 거 형사에게 이야기했죠. 그녀는 스스럼 없이 물었다. 하지만 내가 대답을 머뭇거리는 것을 보고는 그 즉시 목소리가 거칠러졌다. 이야기 안 했어요? 왜요? 나는 얼버무리듯이 시선을 저 먼 곳으로 향한 채 대답했다. 그건 됐어. 나도 나름대로 생각하는게 있어. 되긴 뭐가 돼요? 뭐 때문에 제가 선생님께 그 얘기를 했는지 모르시는 거 아니에요? 말투가 거칠러진 뒤 아 그거네라고 뭔가 생각난 듯 요코는 고개를 끄덕였다. 제가 지어낸 그 거짓 성추행 작전이 드러날까 봐서요. 그건 걱정하실 거 없어요. 어차피 다들 그렇고 그러내라고 생각해요. 나를 그런 것보다 지금은 진범을 찾는게 더 중요하다고요. 왜 아무 말도 안 해요? 침묵하고 있었던 것은 대답할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아닌게 아니라 처음에 경찰 쪽에 그 이야기를 하지 않았던 것은 요코의 거짓 성추행 작전에 대한 것이 밝혀지는 걸 원치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뒤로도 계속 내 입을 틀어막은 또 하나의 중대한 사태가 터졌다. 즉 진짜 밀실 트릭을 내가 풀었는지도 모른다라는 것이다. 지난주 토요일 빗속에서 나는 트릭의 힌트를 깨달았다. 충격적인 순간이었다. 섬광처럼 떠오른 그 생각을 나는 어떻게든 잊어버리려고 했다. 떨쳐 버리려고 머리를 휘저었다. 하지만 일단 마음속에 싹튼 의혹은 내 의지와는 다르게 맹렬한 기세로 뿌리를 뻗어가는 것이었다.이 사건은 내 손으로 정리할 것이다.라고 그때 나는 결심했다. 요코는 이상하다는 듯이 내 얼굴을 올려다 보았다. 아마도 내 얼굴은 쓸쓸함으로 가득 차 있었을게 틀림없다. 마침내 내놓은 말도 더듬더듬 무거운 것이었다. 일단 나를 믿어 줄래? 내가 어떻게든 해결할 테니까. 요코. 너도 그때까지는 절대 외부에 이런 얘기는 하지 마라. 부탁한다. 분명 이유를 알 수 없는 부탁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요코는 더 이상 캐묻지 않았다. 때 일그러진 얼굴을 구해 주려는 듯 희미한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날 밤 오타니 형사가 집으로 찾아왔다. 평소에는 느슨하던 넥타이를 단단히 조이고 그 나름의 예의를 표해 준 것이 인상 깊었다. 마침 근처에 온김에 들렀습니다. 별일 아니라는 점을 오타니는 몇 번이나 강조했다. 현관 앞에서 잠깐 이야기하고 가겠다는 글을 설득해 우리는 거실에서 마주앉았다. 거실이라고 해봤자 세평도 안 되는 공간에 테이블이 덜려 놓였을 뿐이었다. 시원한 집이군요.라고 오타니는 난감만 칭찬을 했다. 유미코는 갑작스러운 형사의 방문에 크게 놀란 모양이었다. 어색한 손놀림으로 차를 내왔지만 어쩔 줄을 모르고 있었다. 결국 부인도 옆에 계셔도 괜찮다는 오타니의 말에도 냉큼 침실로 들어가 버렸다. 아이는 아직 없으신 것 같군요. 결혼은 언제 하셨습니까? 3년 전입니다. 그럼 이제 아이를 가지실 때가 됐군요. 너무 늦어지면 이래저래 힘드니까요. 생활 수준을 가음해 보려는지 둘레둘레 살피면서 오타니는 쓸데없는 말을 했다. 유미쿠가이 자리에 없기를 다행이다. 그녀 앞에서 아이에게는 금기 사항이다. 근데 오늘은 무슨 일로 제쪽 가듯이 내가 먼저 말을 꺼냈다. 급한 볼일은 아니라고 했지만 역시 마음에 걸렸다. 그러자 오타니는 세삼스럽게 방석 위에서 안새를 바로 잡으면서 말했다. “본론에 들어가기 전에 한 가지만 약속해 주시죠. 오늘 저는 형사가 아니라 한 남자로서 이야기하도록 하겠습니다. 그러니 선생도 피해자가 아니라 한 남자로서 아니 가능하면 교자로서 들어 주셨으면 합니다. 괜찮으실까요? 그의 말투는 의연했지만 어딘가 애원하는듯한 울림도 느껴졌다. 그의 진인은 알지 못했지만 나로서는 거절할 이유가 없었다. 네, 괜찮습니다.라고 승낙했다. 오타니는 유미코가 내준 차를 잠깐 마시더니 정중한 목소리로 물었다. 여고생이 누군가를 징어한다면 그건 어떤 때일까요? 한 순간이 사람이 농담을 하는 건가?”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연느 때 없이 공손한 태도를 보고는 진지한 질문이라고 인식했다. 나는 약간 당황하면서 대답했다. “갑자기 어려운 질문을 하시네요. 그건 도저히 한마디로 표현할 수가 없는 일인데요.” 오탄이도 약간 표정이 누그러들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내, 그렇겠죠. 실은 성인간의 일이라면 그리 복잡할 것도 없어요. 온갖 사건들이 날마사 산면 기사를 장식하지만 대부분은 치정과 욕심과 돈 그 상원칙으로 거의 다 설명이 되거든요. 하지만 여고생의 경우에는 그런 원칙이 전혀 적용되지 않는 것 같아요. 당연히 그렇죠. 나는 즉각 답했다. 오히려 그 세 가지는 여고생들과는 가장 거리가 멀지 않을까요? 그럼 무엇이 가장 중요할까요? 글쎄요. 저도 자신이 좀 없습니다만 나는 한마디 한 마디를 스스로 확인하면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 이야기하는 동안 몇몇 제자들의 얼굴을 머릿속에 떠올리기도 했다. 아이들에게 중요한 것은 아름다운 것, 순수한 것, 그리고 거짓 없는 것일 겁니다. 그건 때로는 우정이나 사랑이기도 하죠. 자신의 몸이나 얼굴일 경우도 있어요. 아니, 좀 더 추상적으로 추억이나 꿈을 소중하게 여기는 경우도 많습니다. 거꾸로 말하면 그런 소중한 것을 파괴하려고 하는 것, 그 아이들에게서 빼앗으려고 하는 것을 가장 증오한다는 이야기가 되겠죠. 그렇군요. 아름다운 것, 순수한 것, 거짓 없는 것. 오타니는 정자한 채로 팔장을 꼈다. 그나저나 무슨 일입니까? 뭔가 하실 말씀이 있는 거 같은데요? 그러자 오타니는 다시 한번 차잔을 입에 가져갔다. 그 전에 수사 진척 상황부터 이야기해 드려야겠습니다. 오늘은 그것도 알려 드릴 겸 찾아왔으니까요. 그런 전제를 한 뒤에야 오타니는 이야기를 시작했다. 사건의 전모를 낱낱이 외우고 있는지 중간에 두어번 메모를 들여다 보았을뿐 수사 상황을 그야말로 조리 있게 설명해 주었다. 그의 말을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무라시 독살 사건에 대해 범인의 유류품은 안타깝게도 거의 발견되지 않았다. 유일하게 작은 체인이 남아 있었지만 그 자물쇠 세트는 인근 슈퍼 등에서 얼마든지 구입할 수 있는 것이라서 그것을 통해 범인을 찾아낸다는 것은 거의 절망적이다. 지문 또한 마찬가지여서 실내와 문짝 등에서 몇 개가 검출되긴 했지만 당시 이용한 사람 외에는 모두 오래된 것일뿐 범인의 것으로 보이는 지문은 발견되지 않았다. 물론 당시 이용자 중에는 범인이 없다는 전제에 따른 것이다. 다음으로 수사원들이 목격자를 찾아다녔는데 이것도 거의 수학이 없는 상태다. 다만 학생 한 명이 타리실 근처에서 다카라 요코를 목격했다고 증언했다. 다카라 요코는 그것에 대해 그냥 옆을 지나갔을 뿐이라고 진술했지만 아직 확인은 되지 않고 있다. 물증에 관한 것이 그런 상황이었기 때문에 오타니는 동기 쪽에 주력해 보았다. 우라아 씨가 학생지도 부장이었던 점에 주목해서 최근 3년 동안 어떤 형태로든 처분을 받은 학생들을 철저히 조사했다. 그리고 여기에서도 다카라 요코의 이름이 나오자 그녀에 대한 진술 조사에 들어갔다. 이미 잘 아실 테니라면서 진술 조사의 구체적인 내용은 생략했다. 그 직후 밀실 수습께가 풀렸고 그것에 의해 다카라 요코의 알리바이도 성립되었다.이 트릭을 통해 수사본부는 범인상을 다음과 같이 추정했다. 첫째, 타리실의 배치 상황, 호리 선생의 문단속대의 버릇 등을 잘 알고 있는 자. 둘째, 내시 전후 즉 자물쇠 바꿔치기란 시각에 알리바이가 없고 또한 무라실 사망 추정 시각인 5시 전후에 알리바이가 없는 자 셋째 트릭을 실행하기 위해 가짜 자물쇠를 준비한 자 넷째 무라아 씨에게 원한을 품은 자 위에네 가지 사항을 바탕으로 수사원들은 세이카 여고의 학생 및 교직원을 천명 이상 즉 거의 전원 을 조사해 봤지만 유감스럽게도 이렇다 할 인물이 부각되지 않았다. 오타니가 오래도록 놓지 못했던 것은 다카라 요코에게 공범이 있다는 썰이었지만 이것도 단순한 착상의 영역을 벗어나지 못했다. 그러던 참에 연달아 삐에로 살인 사건이 일어났다. 박히 독살 사건에 대해 목숨을 노리는 대상이 나라는 것은 초기 단계에 밝혀졌기 때문에 동기도 무라아시와 나의 공통점을 찾아보는 것이 되었다. 내가 아소 교의 이름을 밝혔고 다양한 우여곡절 끝에 그녀가 범인의 협박에 따라 움직였다는 것이 밝혀지기까지의 경위에 대해서는 세삼 말할 것도 없을 것이다. 문제는 진범 체포를 위한 수사다. 범인의 유류품은 바꿔치기한 한들이 술병 그것을 넣어둔 종이 가방 아소 교구 앞으로 온 협박장까지 세 점이다. 당연한 일처럼 지문은 전혀 검출되지 않았다. 한 되리 술병, 종이가방, 협박장에 사용된 편지 등은 모두 시중에서 흔히 구할 수 있는 물건으로 그 입수 경로를 통해 범인을 찾아내는 건 거의 절망적이다. 또한이 사건에서 범행을 실행한 것은 아소 교였기 때문에 실제 범인의 족적을 파헤치는 것도 힘들다. 다만 수사본부에서 주목한 것은 범인이 언제 술병이든 종이봉투를 창고에 감추었는가 또한 언제 협박장을 아소 교호의 책상업에 넣었는가라는 점이었다. 하지만 이것에 관해 상당히 면밀한 탐문 수사를 했는데도 결국 범인을 못 겪겠다는 정보는 얻을 수 없었다. 끝으로 내가 차로 습격당한 사건에 대해 차종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처음에는 쉽게 해결될 것으로 생각했다. 먼저 세이카 여고학생과 교직원 전원의 차에 대해 알아보았다. 해당 차량을 소유한 자는 교직원 중에는 없었고 가족이 소유한 경우로서 학생 15명의 목록이 만들어졌다. 아이든 사람에게는 적합하지 않은 스포츠카 타입이었어서 의외로 숫자가 적었다고 오타니는 말했다. 하지만 그 15대의 차량 중에서 내가 증언했던 붉은 계통의 색깔에 해당하는 것은 단 네대뿐이었고 그 네대는 모두 그날 밤에 알리바이라는 것도 좀 이상한 표현이지만 확실했다. 그 밖에 렌터카나 지인의 차를 빌렸을 가능성도 있었지만 이것에 대해서는 현재 조사 중이다. 다만이 사건에서 주목할 만한 것은 범인이 차를 운전할 수 있다는 것 혹은 그런 공범자가 있다는 것이었다. 둘 중 어느 경우든 학생의 단독범이라는 썰을 추정할 수밖에 없게 되었다. 말을 오래하다 보니 목이 말랐는지 오타니는 남아 있던 차를 단숨에 마셨다. 범인이 영악한지 아니면 우리가 어리석은 아무튼 범인과의 간격이 도무지 좁혀지지를 않는군요. 이만큼 수사를 했는데도 모두 중간에 벽에 가로막히는 겁니다. 이건 완전히 미로에 빠진 것 같아요. 웬일로 마음 약한 말씀을 하시고 주방에서 포트를 가져와 나는 차주전자의 물을 따르면서 말했다. 하지만 미로라는 건 딱 맞는 표현인지도 모른다. 밀실 트릭이 바로 그 좋은 예다. 범인이 유도한 대로 엉뚱한 길로 접어들어 아직도 그 안에서 헤매고 있는 것이다. 네. 서론이 너무 길어졌군요. 오타니는 손목시기를 보더니 다시 앉음새를 바로 잡았다. 나도 절로 등을 꽃꼬이 세웠다. 저희가 최선을 다해 수사 중이라는 건 아셨겠죠? 다만 이번 수사에는 매우 중요한 요소가 빠져 버렸고 그런 탓에 결정적인 첫걸음을 내딛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게 뭔지 아십니까? 바로 동기예요. 이건 어디를 어떻게 파헤쳐 봐도 아무것도 나오지 않았습니다. 무라아씨의 경우에는 학생 지도부장이었기 때문에 동기가 전혀 없는 건 아니었지만 문제는 마이시마 선생이에요. 우리도 나름대로 선생주의를 조사해 봤죠. 하지만 아무것도 없었어요. 정말 씻신듯이 깨끗해요. 마치 학생과의 접촉을 피해온 것처럼 특별한게 하나도 없더라고요. 선생이 담임을 맡았던 학생들에게도 물어봤습니다. 평판이 아주 좋으시더군요. 결코 간섭하는 일이 없다는게 그 이유였습니다. 별명은 티칭 머신, 줄여서 머신. 그야말로 철저히 관여를 안 하는 성격이라서 오히려 상쾌하다고 어떤 학생이 말하더라고요. 선생은 교사로서가 아니라 양궁부 코치로 고용된 것이라고 이야기한 학생도 있었습니다. 요즘 학생들은 교사를 신뢰하지도 기대하지도 않아요. 아, 네. 그런 거 같더라고요. 다만 한 가지 재미있는 이야기가 나왔습니다. 오타니는 잠시 틈을 두었다가 말했다. 나 간명 선생이 사실은 인간적인 분인지도 모른다고 말한 학생이 있었습니다. 이야기를 들어보니 작년 등산 행사 때 발목을 핀 아이가 있었는데 선생이 그 학생을 얻고 산을 데려왔다는 거예요. 그리 심각한 부상도 아니었는데 선생은 절뚝거리는 모양새로 산을 내려가면 다리가 미워져서 안 된다면서 없고 내려왔다더군요. 자기가 머신이라서 우리를 인간으로 봐주는 것 같다라고 그 학생은 제게 말했습니다. 등산 행사란 일종의 소품 같은 것이다. 이야기를 듣고 보니 그런 일이 있었다. 누군가를 없고 산길를 내려왔던게 기억났다. 그게 누구였던가? 그 순간 선명하게 그 장면이 떠올라 나는 어 하는 소리를 낼 뻔했다. 그렇다. 그때 발목을 핀 것은 다카라 요코였다. 왜 요쿠가 나한테 특별한 마음을 품었는지 이제야 나는 깨달았다. 그녀는 겨우 그런 일로 나의 다른 결점들을 모두 눈감아 주었던 것이다. 그때일이 생각나신 모양이군요. 내가 어떤 표정을 지었는지 모르겠지만 오타니가 속마음을 정확히 마치는 바람에 순간 얼굴이 뜨거워졌다. 선생의 목숨을 노린 이유가 전혀 없다고 생각하던 참이었는데 실은 그 이야기를 듣고 제가 새로운 추의를 해 봤어요. 사소한 일로 선생을 다시 보고 호위를 품은 사람이 있었다면 당연히 그 반대의 경우도 있을 수 있다. 즉 뭔가 사소한 일로 선생을 미워하는 경우도 있었을 것이다. 당연히 그런 경우도 있겠죠. 여고라는 데는 그런 일이 수없이 일어나는 곳이라는게 내 생각이다. 그렇다면 그것이 살인으로 연결될 가능성은 어떨까요? 선생은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하십니까? 오타니는 진지한 눈빛으로 물었다. 너무도 어려운 문제였다. 하지만 나는 생각한 그대로 대답했다. 네.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렇군요. 오타니는 생각이 잠긴 것처럼 지긋이 눈을 감았다. 즉 조금 전에 말했던 아름다운 것, 순수한 것, 거짓 없는 것을 빼앗겼을 때라는 이야기군요. 제가 잠시 생각해 봤는데 만일 그런 이유로 사리를 가졌을 경우 우정 때문에 범행을 도와주는 경우도 있을까요? 공범이라는 말씀이십니까? 오타니는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정소년의 마음이 법이나 사회 규범을 능가할만큼 강한 힘에 좌우되는 경우가 있다는 것은 저도 몇 번 경험해 봐서 알고 있습니다. 이번 수사가 이렇게까지 궤도에 오르지 못하는 이유도 바로 그런 점에 있는 것 같아요. 목격자나 증인이 거의 나오지 않고 있지 않습니까? 틀림없이 누군가는 뭔가를 알고 있을 텐데 그걸 적극적으로 알려 주는 사람이 없어요. 그렇다고 학생들이 범인이 누군지 알면서도 감싸 주고 있는 건 아니겠죠. 이럴 테면 누군지는 알지 못하지만 일단 범인이 체포되는 것은 원하지 않는 거예요. 아마 범인의 절실한 고통을 본능적으로 알고 있기 때문이겠죠. 그렇다면요. 이건 일종의 공범이에요. 저는요. 세이카 여고 전체가 진실을 감추려고 하는듯한 느낌이 들어요. 심장에 화살이 날아와 쿡 박히는듯한 기분이었다. 얼굴빛이 창백해지는 것을 나 스스로도 깨달았다. 그래서 말인데요. 이건 선생에게 달려 있어요. 범행 동기를 짐작할 수 있는 사람은 오직 마이시마 선생밖에 없다는 얘기입니다. 아니요. 나는 고개를 주었다. 제가 그걸 짐작할 수 있었다면 진직게 말씀드렸겠죠? 다시 한번만 생각해 봐 주세요. 가슴이 철렁해질만큼 절박한 목소리로 오타니는 말했다. 조금 전 선생의 말씀이 전국을 찌른 것이었다면 그건 이런 이야기가 되겠지요. 마이시마 선생과 무라아시 선생 두 분이 학생 중 누군가의 아름다운 것, 순수한 것, 그리고 거짓없는 것을 빼앗아 버렸고 그것 때문에 미움을 샀다는 겁니다. 그러니 부디 기억을 더듬어 보세요. 틀림없이 선생의 기억 속에 답이 있을 테니까요. 그런 말에도 나는 머리를 주어뜯을 수밖에 없었다. 못타니가 조용히 말을 이어갔다. 지금 당장 답을 찾아내라는 건 아닙니다. 하지만 우리는 지금 지푸락이라도 잡고 싶은 심정입니다. 꼭 신중하게 기억을 더듬어서 찾아봐 주세요. 그렇게 말하고 그는 자리에서 일어섰다. 그야말로 봄이 천근 만근인듯한 동작이었다. 나도 일어섰다. 마음이 무겁기만 했다. 10월 6일 일요일 시민 운동장에서 날씨 맑은 근데 바람이 너무 강해서 큰 일이에요. 도구를 조립하면서 게이코가 말했다. 흰 모자가 바람에 날아가려고 해서 이따금 눌러주고 있었다. 생각하기 나름이야. 강풍으로 전체적인 점수가 낮아지면 우리한테도 기회가 생길 수 있어. 가나이가 옆에서 말했다. 날씨에 자우되지 않을 자신이 있는 모양이다. 그게 우리 맘대로 되겠니? 상위권 애들은 웬만한 바람에는 흔들리지도 않아. 중위권에게는 짜증나는 바람이지만 대회에 익숙해진이 두 사람만 여유가 있는 것 같았다. 둘 다 이번 대회가 고교 시절의 마지막 기회인데도 그런 긴박감은 거의 느껴지지 않았다. 1학년은 그렇다 쳐도 마음 편하게 할 수 있을 터인 2학년 쪽이 오히려 더 긴장하는 것 같았다. 모두 다 도구 조립을 끝내자 운동장 한 귀퉁이에서 체조를 했다. 그다음에는 둥글게 다 같이 어깨를 꼈다. 나도 그 안에 들어갔다. 먼저 게이쿠가 말했다. 기왕 여기까지 온 거 걱정해 봤자 별것도 없어. 그냥 마음 먹고 쏴보자. 그동안 연습해 온 결과를 마음껏 보여 줘.이어서 내가 이야기할 차리였다. 나로 할 말은 없다. 열심히 해라. 세이카 여고의 응원 구호를 외친 뒤 원지는 풀렸다. 오늘 시합이 끝날 때까지 더 이상 집합할 일은 없다. 말 그대로 고독한 싸움이 시작된다. 시합은 50m와 30m의 총 득점으로 경쟁한다. 2분 30초 동안에 세개의 화살을 발사하고 이것을 50m에서 12차례 30m에서도 12차례 반복한다. 즉 도합 1은 두 발 720점 만점을 향해 겨루는 것이다. 대회에 출전한 여학생수는 100여명. 그중에서 전국 대회 출전할 수 있는 것은 겨우 다섯 명이다. 작년에 게이코는 7위였다. 그럴만큼 올해는 기회라고 할 수 있었다. 얼마나 집중할 수 있느냐에 달렸네요. 가나이의 양군 케이스에 앉아 과거의 전적을 들여다보고 있는데 게이후가 다가와 말했다. 어제 연습은 어땠니? 나는 노트의 시선을 떨은 채 물어보았다. 그럭저럭 괜찮았어요. 선생님이 보셨으면 어땠을지 모르겠지만요. 그녀의 말에는 은연 중에 나를 비난하는 여운이 있었다. 그럴 만도 했다. 지난 2, 3일 동안 나는 제대로 연습해 나가지 않았다. 방과 후에는 곧장 퇴근해 버리고 그쪽에는 얼굴도 내밀지 않다가 오늘 대회를 맞이했다. 나는 너희들을 믿는다. 기록 노트를 내려놓고 나는 일어섰다. 그리고 대회 본부석 쪽으로 향했다. 너희들을 믿는다. 그 말의 또 다른 의미를 게이코는 알아들었을까? 본부석에서는 이제 곧 시작될 시합에 대비해 하나하나 꼼꼼하게 점검하는 회의가 한창이었다. 특히 주의를 기울이는 것은 기록 담당이다. 1, 2점을 다투는 경기인만큼 사소한 실수 하나가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이번 대회는 득점을 상대 선수가 기록하는 방식이다. 일반적으로 개인전에서는 한 관역에 한 명이 아니라 두세 명이 공유하게 된다. 같은 관역을 발사하는 선수들끼리 서로 득점을 기록해 준다. 물론 그것만으로는 공평한 기록이 되지 않는다. 꽃은 화살의 득점을 둘러싸고 기록하는 측과 기록 당하는 측의 의견이 일치하지 않는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이를 테면 화살이 꽂힌 위치가 10점과 9점의 경계일 때가 있다. 경계선에 조금이라도 닿으면 높은 쪽의 득점을 기록한다는 규칙이 있지만 어느 쪽이라고도 하기 어려운 경우가 이따금 발생한다. 사수는 당연히 높은 쪽의 득점을 주장하고 기록자는 적의 입장이라서 낮은 쪽을 주장한다. 이런 때 등장하는 것이 관역담당. 말하자면 심판이다. 관역 담당은 그 화사를 보고 몇 점인지를 판정해서 알려준다. 사수도 기록자도 반론권이 없다는 것은 말할 것도 없다. 기록자는 이회에 한 번씩 여섯 발의 합계 점수를 본부석의 기록담당에게 보고한다. 기록담당은 그것을 득점판에 기록하고 중간 경과 등을 발표하게 된다. 와이시마 씨 본부석 텐트 아래에서 말을 건네온 것은 알 교고의 이하라였다. 작은 키에 뚱뚱한 편이지만 예전에 양궁 선수로 이름을 날렸던만큼 까무잡한 얼굴에는 다부진 구석이 있었다. 세이카 요구가 올해는 최강의 멤버라던데요. 3년 연속 전국 대회 출전이라는 성과를 거둔 자신감 때문인지 이하라는 그렇게 운을 뗐다. 나는 씁쓸하게 웃으면서 손을 내었다. 아, 예전에 비해 그나마 괜찮다는 정도죠. 아니요. 스기타 게이쿠가 있잖아요. 올해는 틀림 없을걸요. 그리고 아사쿠라 가나이 파워도 대단해요. 그렇게 말하면서 그는 옆으로 바짝 다가왔다. 제빨리 주위를 둘러보더니 목소리를 낮추어서 슬쩍 물었다. 올해 세이카 요구는 기권하는 거 아니냐는 이야기가 있었는데 운동부 활동은 별 영향이 없었던 겁니까? 신문과 TV 뉴스로 사건에 대해 알고 있는 것이라. 하지만 노리는 대상이 나라는 것까지는 모를 테지만 만일 알게 된다면 얼마나 놀랄까? 걱정스러운듯한 그의 얼굴이 우습꽝스럽게 느껴졌다. 이하라와 몇 마디 대충 나누다가 나는 운영 위원 쪽으로 인사를 하러 갔다. 다들 시합 이야기는 제쳐두고 큰 사건이 터졌다던데요.라고 호기심 가득한 시선으로 이쪽을 쳐다보았다. 저는 잘 모르겠습니다라는 말만 거듭하다가 일찍감치 자리를 떴다. 경기가 시작된 것은 9시 정각이었다. 50m 시험 사격 세발을 쏘고 1회째 시합에 들어갔다. 개인전의 경우 같은 학교 선수끼리는 거리를 두고 쏠 수 있게 배치한다. 나는 가나이가 선 자리의 뒤쪽에 자리를 잡고 관전하기로 했다. 가나이가 벌써 세 발째를 쏘는 것이 보였다. 날사 후에 고개를 갸우뚱하더니 쌍한경으로 화살의 행방을 확인하고는 떨떠한 얼굴로 돌아왔다. 9점과 7점, 마지막은 6점이에요. 너무 힘을 줬나? 22점이네. 그럭저럭 괜찮아. 나는 고개를 끄덕여 보였다. 30초 전 방송이 흘러나왔다. 이때쯤에는 대부분의 선수가 발사를 마치고 물러선다. 저거 봐요. 이번에도 또 가나이가 가르치는 쪽을 봤더니 게이쿠가 마지막 한 발을 느릿느릿 겨누고 있는 참이었다. 주위에는 아무도 남아 있지 않았다. 시간 외 발살일 경우에는 꽃은 화살 중 최고 득점이 깎인다. 아유, 별수 없는 녀석이네. 입속에서 그렇게 중얼거렸을 때 게이쿠가 날카롭게 릴리지했다. 탁 하고 관역에 화살이 꽂히는 소리가 들렸다. 그와 동시에 순렁거림과 박수 소리가 일어나는 것을 보니 나이스 슈팅이었던 모양이다. 혀를 쏙 내밀고 게이코는 슈팅 라인에서 물러섰다. 12시 10분. 50m가 끝나고 40분 간의 휴식 시간이다. 여자 1위 알고교의 야마무라 미츠코 2위 티여고의 이케우라 마요 4위 세이카 여고의 쓰기타 게이코 거의 기대에 있던 만큼의 성과라고 할 수 있었다. 게이코는 만족스러운 듯 웃으면서 샌드위치를 덥썩덥썩 먹고 있었다. 가나에 너도 파이니까 기대해 볼 만해. 세 사람만 잡으면 되잖아. 그렇지. 근데 30m가 요즘 0 별로야. 실수나 하지 않게 쏴야지. 그보다 애미 너 대단하다. 1학년이 14위라니. 우리 양궁부 창설일래 처음이야. 아이 그냥 우연히 그런 거예요. 오후에는 떨어질걸요. 틀림없이. 미아사카 에미는 가느다란 목소리로 겸손하게 말했지만 최근에 부쩍 실력이 늘었다고는 해도 그걸 시합 때까지 유지한다는 건 놀랄 만한 일이다. 어디서 그런 정신력이 생겨나는지 궁금해질 정도다. 저렇게 간열린 몸매인데 30m가 시작된 뒤에도 세 사람의 컨디션은 떨어지지 않았다. 다만 이때쯤에는 상위 선수들이 크게 무너지는 일은 거의 없기 때문에 우리 쪽 순위가 갑작스럽게 올라가는 건 기대하기 어렵다. 이대로 가면 기껏해야 겠네요. 후반에 접어들자 가나이의 목소리도 점점 힘을 잃어갔다. 나머지를 전부 10점에 마치면 대역전이야. 그야. 그렇지만. 아, 그보다 선생님 게이코 쪽은 안가 보셔도 돼요. 조금 전에 오이로 떨어지는 것 같던데. 이미 알고 있었다. 지금까지 5이였던 선수는 30m가 주특기인 것으로 유명하다. 게이코는 괜찮아. 내가 봐준다고 뭐가 달라지는 것도 아니고. 그래도 여태까지 계속 제 뒤에만 계시고 게코는 전혀 봐주지 않으셨잖아요. 무슨 일 있으셨어요? 아무 일도 없었어. 괜히 딴 생각하지 말고 발사에만 집중해. 내 목소리가 엄격해지자 가나에는 더 이상 이야기하지 않았지만 당연히 내 행동이 이상하게 보였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이렇게 할 수밖에 없다. 어, 그보다 화살을 바꿔야겠네. 가나이는 화제를 바꾸듯 화살집을 열고 새 화살을 꺼냈다. 그녀가 지금까지 쓰던 화살은 깃이 흔들거렸던 것이다. 이제 됐어요. 자, 그럼 열심히 하겠습니다. 가나에는 화난 소리로 말하고 화살집을 열어둔 채 오늘 몇 회째인지의 발사에 나섰다. 나는 무심코 가나의 화살집에 시선을 떨그고 있다가 문득 마음에 걸리는 물건을 그 안에서 발견했다. 그것은 내가 가나에게 준 마스코트 화살이었다. 내가 준 것이니까 가나이가 갖고 있어도 이상할 건 없다. 문제는 그 화살이 적혀 있는 번호였다. 양궁 선수는 자신의 화살 하나하나에 번호를 매겨 둔다. 각각의 화살 상태를 파악해 시합 때 가장 좋은 것을 쓸 수 있도록 하기 위한 것이다. 마음에 걸린 것은 바로 그 번호였다. 왜냐하면 그 번호의 마스코트 화살을 가나이가 갖고 있다는 건 이상한 일이었기 때문이다. 왜이 화사를 가나이가 갖고 있는가? 나는 그 의미를 생각해 보았다. 별 의미는 없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가슴이 거칠게 순렁거리는 것이 느껴졌다.이 화살이 어떻다는 것인가?이 28.5in의 화살이. 그 순간 뭔가가 심장에 턱 막혔다. 숨 쉬기가 힘들어지면서 두통이 몰려왔다. 28.5in 인 마음속에 강풍이 휘몰라쳤다. 바람이 휘날려 짙은 안개가 거쳐가는 것을 나는 숨을 죽이고 응시하고 있었다. Так. [음악]

🌱행복한 금요일입니다! 아침저녁으로 날씨가 이젠 쌀쌀하던데, 환절기 감기 조심하시구요💪

정말 금요일은 집을 나서자마자 다시 집에 돌아오고싶은 마음뿐이라, 이렇게 오전시간이 지나갔다는게 얼마나 기쁜지!🤣
(저만 그런게 아니겠죠?😝)

들려드리는 “방과 후”도 월요일 마지막 한 편만을 남겨두고 끝을 향해 달려가고 있으니, 끝까지 많이 애청해주셔요❤️

주말에도, 혹시 놓치고 못따라오신 구독자분들이 있다면 함께 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평범한 사람이 살의를 품을 때.

⭐️인간이 가장 원하는 것은 “인간을 인간으로 봐주는 것”인지도.

🌱부족한 낭독이지만 지금까지 저와 함께해주고 계신 구독자분들께, 감사하다는 말씀 드립니다🙇‍♀️😍

저의 영상이 쉴 틈이 되어드리기를, 시간이 날 때마다 생각이 나는 채널이 되기를 바라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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